"항꾼에~"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오지게 귄있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도 "항꾼에 오지게 살아가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항꾼에'가 갖고 있는 말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책을 읽었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 그것인데, 띠엄띠엄 읽다보니 한 1년 동안 읽었다.
이 책은 지난해(2018년) 전라도 정도( 定都) 1000년을 맞이하면서 전라남도 도립도서관이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였고, 그 일에 관여하여 받아보았던 것이다. 전라도 정도 1000년이라는 시기적 특수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족히 전라도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을 만한 책이었다.
책 속에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는데, 그 중 마음에 와닿았던 시가 있었다.

'기사양반! 저 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하지 마시요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 이대흠, '아름다운 위반'
솔찬히 기사양반의 정을 느끼게 하는 시(詩)다.
우리네 사는 세상이 이렇다면 살만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전라도 말의 재미뿐만 아니라 전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도 이 땅에서 징하게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황풍년 작가가 우리 할매, 할배- 나는 '할아씨'라고 했었다. -들 삶의 터전으로 뽀짝 다가가서 듣고, 보고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는 내내 실감났다.
황풍년작가는 이름에서도 시골스러움(?)이 느껴지는 분으로, <전라도닷컴>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전라도 어르신들의 말씀과 오래된 마을들을 답사하고 기록하여 온 전라도의 속살을 사진과 글로 담아온 작가이다. 외모도 풍년(?)이었다. 머리모양이.. 하하..
나는 시골 외할머니댁을 찾아가면 곧잘 외할머니의 고된 시집살이, 짠하게 살아오신 고생담을 들어야 했다. 나의 어머니와는 달리 말씀이 유창하셨던 외할매는 길게 넉두리를 펼쳐 놓으셨다. 포도시 먹고 살았던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오신 이야기를...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지만, 숱한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고, 때로는 내가 알아 듣지 못하는 단어들을 만나기도 했다. 외할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는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온 민중의 역사였다. 아녀자로 겪었던 힘겨운 삶의 여정이었다.




작가는
" 조상 대대로 써온 지역말을 지역 사람들조차 기준으로 삼지 않는 현상은 서글픈 자기부정과도 같아"(69쪽)
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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